반려조 치즈 이야기 - 사람이 새와 산책을 한다고요?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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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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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치즈 아빠입니다. 이번에도 지난주에 이어 산책에 대해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새와 사람이 어떻게 산책을 하는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말씀드렸다면, 이번에는 주인공인 치즈와 저희 부부가 어떻게 산책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설명=아이와 산책하는 앵무새, 출처=게티이미지>

 

산책의 기본은 하네스

먼저, 산책의 기본은 지난주에 소개해드렸던 ‘하네스’라고 하는 목줄인데요. 어렸을 때부터(보통 생후 6개월 이내) 하네스를 착용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 새들은 앞으로도 이것과 친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치즈 역시 버릇을 제대로 들이지 못해 하네스만 채우면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해 고장이 나는 거죠. 단순히 가누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하네스를 부리로 끊어내려고 발악을 할 정도라 저희도 난감할 때가 많답니다.

결국 매번 하네스 착용에는 실패하지만, 그나마 치즈는 윙컷(wing-cut)이 충분히 되어 있어서 함께 산책이 가능한 것이지 무조건 믿고 나가는 것은 아니랍니다. 사실 과거에는 치즈 역시 (윙컷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네스 없이 산책하다가 휙 날아간 적이 있어서 산책할 때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치즈는 바깥세상이 신기해요

치즈도 바깥세상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릴 때도 많고, 특히 고개를 옆으로 한 채 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집안 천장, 가끔 외출하더라도 자동차 선루프 위로 보이는 하늘이 치즈가 보는 세상 전부였을 테니 실제 하늘은 신기해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치즈였어도 무진장 두리번거릴 거 같긴 합니다. 어깨 위에서 하늘을 힐끗 쳐다보는 치즈를 보고 있노라면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걸어가는 엄마, 아빠 어깨 위에 있으면 흔들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도 최.애. 음식인 호박씨나 아몬드는 열심히 먹는 치즈를 보면 귀여워서 엄마, 아빠는 미소가 절로 지어진답니다. 사진만 봐도 귀엽죠?

 

흔들림에도 굴하지 않는다. 아몬드와 함께라면...
흔들림에도 굴하지 않는다. 아몬드와 함께라면...

 

치즈와 산책하는것이 바로 핵인싸의 길

그리고 연재 초반에 말씀드렸다시피 치즈와 산책을 하면 핵.인.싸.가 되기 쉽습니다. 생각해보면 앵무새가 사람이랑 산책하는 것을 보는 일은 결코 흔하지 않거든요. 치즈를 보면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다가오지 않더라도 멀리서 눈길을 주는 분들과 자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가끔 어린이들이 “우와, 파란 새다!”하고 신기해서 다가오면 치즈 역시 그들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신기한 건 피차 마찬가지이겠죠.

 

치즈도 멀미를 합니다.

치즈는 보통 엄마나 아빠 어깨 위에 있지만, 멀미하는 기척이 보이면 엄마나 아빠 손에 바로 붙들립니다. 치즈의 경우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처음부터 무턱대고 손에 쥐고 산책하려고 하면 새가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산책하는 도중에 항상 마주하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저희는 그곳에 치즈를 잠깐 내려놓고 광합성을 시키기도 하고, 치즈가 좋아하는 호박씨를 마음껏 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날아가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하기도 했지만, 치즈 역시 새로운 환경이 낯선지 꼼짝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더군요. 아래 영상은 유유자적하면서 아몬드를 까먹는 치즈의 모습입니다.

 

 

반려조와 산책은 30분 정도가 적당해요

그렇게 산책을 30~40분 하다 보면 치즈의 지저귐이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세심한 집사라면 치즈가 피곤해서 그렇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려야겠죠? 치즈는 평소에도 피곤하거나 잘 시간이 되면 급격하게 말수가 줄거든요. 밖에서도 치즈의 말수가 줄어들면 저희는 산책을 멈추고 바로 집으로 데리고 온답니다. 치즈의 산책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이 정도면 치즈의 매력에 푹 빠지셨나요?

 

※ 주의사항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상기 내용은 치즈에 한정된 이야기기에 다른 집사분들은 앵무새와 외출할 때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하네스는 꼭 채우시고, 부득이하게 채울 수 없다면 이동장 안에 넣어서 산책하는 것을 권합니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고, 한 번의 사고로 자식 같은 새를 영영 볼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답니다.

 

권윤택 에디터 (이메일 passion83k@gmail.com 인스타그램 @oscariana_1)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졸저만 두 권 출간한 채 평범한 연구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2월부터 에메랄드 빛깔의 작은 앵무새 ‘치즈’를 키우게 된 이후로 길바닥의 참새, 비둘기마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감수성 높은 아빠다. 현재는 치즈엄마와 단란한 신혼을 보내고 있고, 주중에는 평범한 회사원, 주말에는 앵집사 치즈아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육조(育鳥)생활에 전념한다. 친동생과 공저로 <무심장세대>, <삶의 36.5도>를 썼다. 현재 아내와 함께 네이버 웹소설에서 <나는 시방'새'다>를 연재중이다.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83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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