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빼낸 회사 자료가 범죄가 되느냐와 대법원 판단의 기준

퇴사 후 빼낸 회사 자료가 범죄가 되느냐와 대법원 판단의 기준

2026-02-21     뉴스톡

대법원이 퇴사자가 전 직장에서 반출해 간 자료가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은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퇴사 과정에서 회사 자료 일부를 가져간 뒤, 이를 자신의 새 회사에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를 계기로 벌어진 일이다. 대법원은 자료 반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단순히 회사 문서를 빼낸 사실만으로는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B사라는 의료기기 관련 기업의 총괄팀장으로 재직하던 A씨가 퇴사하면서 회사 내부 자료 일부를 반출한 것이다. 이 자료에는 필러 제품의 원재료 관련 시험성적서, 동물이식 실험 결과보고서, 견적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A씨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창업한 새 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개발해 사업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 법원은 해당 자료가 회사 영업상 중요한 자산에 속한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료를 무단 반출하는 행위 외에도 그 자료가 회사의 영업상 핵심 자산으로서 경쟁우위를 제공할 정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퇴사자가 반출한 자료가 ‘통상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정보’ 수준에 불과하다면 영업상 중요한 자산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에 따라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단순한 자료의 반출 여부를 넘어 그 자료가 실제로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판결문에서 법원은 반출된 자료들이 논문 등으로 공표돼 통상적인 경로로도 입수 가능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시험성적서나 실험 결과 보고서, 견적서 등이 각각 또는 종합적으로 기업의 주된 원재료 사용 정보를 단정적으로 드러낸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이러한 판단은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고객 관리자료나 각종 문서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법적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퇴사자와 회사 간에 자료 반출 문제로 인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법리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문서를 가져갔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가 실제로 회사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경쟁상 이익을 침해할 정도인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러한 법적 기준은 직장 생활을 하다 퇴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고, 법적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