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번의 만남, 150억의 청구…사랑이 계약이 된 순간

1500번의 만남, 150억의 청구…사랑이 계약이 된 순간

2026-03-03     뉴스톡

가정이 무너지는 과정은 때로 단 한 번의 배신으로 시작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숫자로 환산될 만큼 길고 집요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한 번 만날 때마다 거액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불륜 관계가 결국 법적 다툼으로 번지며, 결혼과 계약, 감정과 금전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다시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세 자녀를 키우며 가정을 꾸려온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의 일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늦은 귀가가 반복됐고, 주말에도 출근한다는 말이 잦아졌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 이어지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결국 남편이 직장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과 배신감은 컸지만, 자녀들을 이유로 당장 이혼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가 택한 방법은 일종의 조건부 용서였다. 남편과 상대 여성에게 ‘다시 만나면 그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기도록 한 것이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명확한 책임을 지게 하는 장치였다. 만남 한 번당 지급해야 할 금액은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감정의 문제를 돈으로 환산한 셈이었다.

 

하지만 약속이 관계를 끝내게 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르자 남편의 귀가는 다시 늦어졌고, 결국 그는 외도를 끊을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아내는 각서 작성 이후에도 두 사람이 수없이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횟수는 무려 1500회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총액은 150억 원에 이른다. 그녀는 문서에 따라 해당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핵심 쟁점은 명확해졌다. 개인 간에 작성한 약속이 어디까지 법적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그 금액이 현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속이 사인 간 계약의 형태로 인정될 수는 있지만, 모든 내용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계약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지만, 강요나 협박이 있었다면 무효가 될 수 있고, 내용이 사회 통념에 어긋난다면 효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금액의 규모다. 만남 한 번당 정해진 금액 자체가 반드시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총액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법원이 그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도할 경우 이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단에서는 결혼 관계의 지속 기간, 외도의 정도, 합의 당시 상황, 정신적 피해 규모 등 여러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