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억을 믿게 만든 뒤

어린 시절부터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억을 믿게 만든 뒤

2026-03-08     뉴스톡

어린 시절부터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억을 믿게 만든 뒤 허위 고소를 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교회 장로와 신도들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던 사건이 뒤집히면서 법원이 판단한 ‘고의성’의 기준과 종교 공동체 내 상담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은 교회 내 성 상담 과정에서 비롯됐다. 자매 관계인 여성 신도 3명은 자신들이 어린 시절부터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억을 갖게 됐고, 결국 가족을 성범죄자로 고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이 기억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허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무고 혐의로 확대됐다.

검찰은 교회 장로와 일부 신도들이 특정 가족을 성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기억을 주입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족 측이 교회를 둘러싼 이단 의혹을 제기한 이후 갈등이 깊어졌고, 그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 기억이 형성되고 강화됐다고 봤다. 여기에 더해 다른 여성 신도에게도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억을 갖게 해 허위 고소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가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장로에게 징역형을 선고했고, 함께 기소된 신도들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고소의 근거가 된 성폭행 피해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라는 점은 인정했다. 상담 과정에서 유도와 암시가 반복되며 신도들이 실제로 겪지 않은 일을 기억처럼 받아들이게 됐을 가능성도 인정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고의성’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 사실이 거짓이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일부러 기억을 만들어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오히려 이들이 상담 과정에서 형성된 기억을 실제 사건으로 믿었거나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변 인물들 역시 동일한 기억을 사실로 받아들였던 점, 종교 공동체 내부의 신뢰 관계가 매우 밀접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왜곡된 기억이 공동으로 형성되고 강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