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위조 증명서로 판사까지 속인 20대의 치밀하고 위험한 사기
AI 위조 증명서로 판사까지 속인 20대의 치밀하고 위험한 사기
20대 남성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증명서를 위조하고 투자 사기를 벌인 뒤 법원 심사 단계에서도 위조 자료를 제출해 구속을 면하는 ‘사법 기만’ 행각을 벌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로 결국 덜미를 잡혔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20대 A씨를 지난 6일 구속기소했다. A씨는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뒤, 법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AI로 조작한 잔고 증명서를 제출해 일시적으로 구속을 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 사이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수십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의사이자 사업가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를 위해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증과 가상화폐 거래 내역, 예금 거래 내역 등을 사실처럼 보이도록 위조해 보여주며 암호화폐 투자나 크루즈 선박 사업 투자, 메디컬센터 설립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총 3억 2000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챘다.
당초 A씨는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에 A씨는 재판부에 AI로 만들어진 잔고 증명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계좌에 9억원이 있는 것처럼 증명했다. 당시 그는 피해자들에게 피해금 전액을 갚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료와 약속을 근거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A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후에도 A씨가 피해자에게 단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보완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AI로 위조한 의사 국가시험 합격증 등 자료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법원에 제출된 잔고 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은행을 통한 사실조회와 계좌 영장 집행 조사에서 해당 계좌에 실제로는 잔액이 단 23원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I로 만들어진 잔고 증명서는 완전히 허위였던 것이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들에게만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이 아니라 법원 심사 단계에서도 같은 방식의 조작된 자료를 제시해 판사와 검사를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황이 확인되자 검찰은 다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이후 보완 수사와 추가 조사 과정을 거쳐 A씨는 구속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이 악용될 경우 얼마나 정교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범죄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사람의 눈으로 봐서는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세밀하게 위조된 AI 생성 자료가 법원의 판단까지 좌우할 수 있었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