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잃은 아내 대신 내린 결정…‘합의금 4000만원’ 둘러싼 가족의 균열
의식 잃은 아내 대신 내린 결정…‘합의금 4000만원’ 둘러싼 가족의 균열
교통사고로 아내가 뇌사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남편이 가해자와 합의를 진행한 사연이 알려지며 법적·도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핵심이다.
사연은 한 라디오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제보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인도에서 자전거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뒤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후 법원은 남편을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고, 남편은 피해자를 대신해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남편은 이 지위를 바탕으로 가해자 측과 합의를 진행했고, 4000만원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담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지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피해자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처벌을 원치 않는 결정을 내린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반발이었다.
법률적으로도 쟁점은 분명하다.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을 대신해 재산 관리나 법적 행위를 할 수 있지만, 모든 권한이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해당 사건에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상’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이 경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은 피해자 본인의 명확한 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후견인의 판단만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논란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처벌불원의사는 피해자의 직접적인 의사 표현이 핵심 요건이기 때문에, 이를 제3자가 대신하는 데에는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후견인이 재산상 합의는 진행할 수 있을지라도, 형사 처벌 여부를 좌우하는 의사까지 대신 표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성년후견 제도의 한계와 형사 절차에서 피해자 의사의 중요성을 동시에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사자가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누가, 어디까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