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 나도 모르게 넘어간다”…510만 건의 현실, 통신 조회 논란

“내 정보, 나도 모르게 넘어간다”…510만 건의 현실, 통신 조회 논란

2026-04-10     뉴스톡

수사기관이 개인의 통신 정보를 조회하는 제도를 두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기본 정보부터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포함된 자료가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촉구했다. 핵심은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통신의 비밀’이라는 헌법적 권리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현재 법 구조를 보면 문제의 지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수사기관이 재판이나 수사를 이유로 통신사에 요청하면, 통신사는 이용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해지일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통신 관련 정보’라도 통화 시간이나 상대방 번호 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신이용자정보’는 비교적 쉽게 제공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불균형이 바로 논란의 핵심이다.

인권위는 특히 이 정보들이 다른 자료와 결합될 경우, 개인의 생활 패턴이나 관계망까지 파악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이름이나 번호 수준을 넘어, 개인의 삶 전체가 들여다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 통지’다. 원칙적으로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제공받으면 30일 이내에 본인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예외 조항이 폭넓게 적용된다. 증거 인멸 우려나 수사 필요성을 이유로 최대 6개월까지 통지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정치인과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하고도,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당사자에게 이를 알린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사후 통지’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