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의 문 앞에서 멈춘 권리, “장애”라는 이유였다

대출의 문 앞에서 멈춘 권리, “장애”라는 이유였다

2026-04-10     뉴스톡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은 한 시민이 금융기관의 문턱 앞에서 좌절을 겪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 그러나 이 판단은 결국 차별로 인정되며, 금융권의 관행에 대한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적장애를 가진 A씨는 지역에서 진행된 장애인 특별공급 아파트에 당첨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분양가 약 4억 원대의 주택을 마련한 그는 입주를 위해 필요한 잔금 대출을 신청했지만, 은행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은행은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후견인 증명서를 제출하거나, 후견인이 필요 없다는 법원의 판결문을 가져오라는 요구였다. 사실상 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장애’ 자체를 기준으로 삼은 조치였다.

은행 측은 향후 분쟁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금융 계약의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후견인 없이 대출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개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진 결정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조치를 명확한 차별로 판단했다. 특정 장애를 이유로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해 대출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의사능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추상적인 위험 가능성만으로 권리를 제한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A씨의 상황은 단순히 보호가 필요한 대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기간 경제활동을 이어온 이력도 확인됐다.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해 실제 거주할 집을 마련하려는 목적 역시 명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기회가 차단된 것이다.

인권위는 해당 은행에 대출 심사를 다시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업무 처리 방식 자체를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서류 요구가 아니라,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개별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에도 책임이 돌아갔다.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금융 안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한 사건을 넘어 제도 전반의 문제로 확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