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직업 하나가 만든 법정 공방…대법원 “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
숨긴 직업 하나가 만든 법정 공방…대법원 “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
위험한 직업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결국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보험 계약 과정에서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던 보험사가 법적 다툼 끝에 패소하면서 보험계약에서의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의 차이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사망한 보험 가입자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알린 점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해당 사안이 보험사가 주장하는 ‘통지의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시작은 여러 건의 보험 계약이었다. A씨는 수년 동안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했다. 실제로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였지만 보험 계약서에는 사무직 근로자로 적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보험료가 높아지거나 가입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직업 정보는 보험 계약에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졌다. 유족들은 계약된 보험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이를 거절했다. 보험사는 A씨가 자신의 실제 직업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계약자의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측 논리는 비교적 단순했다. 보험 계약 이후에도 실제 직업을 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사에 위험 요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 계약 자체를 유지할 수 없으며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러한 주장에 반발했다. 계약 당시 직업을 잘못 알린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보험사가 주장하는 ‘통지의무’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결국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1심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주장한 통지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통지의무는 보험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계약 기간 동안 사고 위험이 현저하게 변하는 경우 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하는 의무를 의미한다. 그러나 A씨의 경우 계약 이후 직업이 바뀐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같은 직업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지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