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보행자 다시 치어 숨졌지만 법원은 무죄 판단.
쓰러진 보행자 다시 치어 숨졌지만 법원은 무죄 판단.
늦은 밤 도심 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교통사고를 둘러싸고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면서 교통사고 책임 범위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차량에 치여 도로에 쓰러져 있던 보행자를 뒤따르던 차량이 다시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했지만, 법원은 두 번째 차량 운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여름 밤 서울 도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60대 남성은 도로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와 무단횡단을 시도했다. 주변 차량이 오가는 상황이었지만 남성은 건너편 인도로 이동하려 했고, 그 순간 달려오던 차량 한 대와 충돌했다. 이 충격으로 남성은 그대로 도로 위에 쓰러졌고 상황은 순식간에 더 위험한 국면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사고가 발생한 직후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는 도로 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사고 현장에 도달했다. 이미 다른 차량에 치여 1차로 위에 쓰러져 있던 남성을 미처 피하지 못했고 결국 다시 한 번 충돌이 발생했다. 두 번째 충격까지 이어지면서 피해자는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한 시간 뒤 결국 숨졌다.
사고 이후 검찰은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운전자가 전방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운전자의 부주의가 피해자의 사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여러 증거와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검찰의 주장만으로는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사고 당시의 시야 조건과 시간적 여유 등을 고려할 때 운전자가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뒤따르던 운전자는 첫 번째 사고가 발생한 뒤 약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도로 위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처럼 극히 짧은 시간 동안 갑작스럽게 나타난 위험 상황을 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피해자가 당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어두운 밤 시간대에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도로 위에 쓰러져 있을 경우 운전자가 이를 빠르게 인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