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도 못 막는다, 친족 간 재산범죄 형면제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가족이라도 못 막는다, 친족 간 재산범죄 형면제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형법에 규정돼 있던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가족이나 친척 관계에서 발생한 절도·횡령·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도록 한 규정으로, 제정된 지 70여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시행돼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최근 이 조항이 피해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등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이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벌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친족관계라는 이유만으로 국가형벌권이 사실상 행사되지 않아 피해자가 법정에서 처벌을 요구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넘어서 가족 간 발생한 재산 관련 갈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친척 사이의 재산 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졌고, 이 때문에 형법은 친족상도례를 도입해 친족이 저지른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족 구성원 간의 재산 관련 분쟁이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단순히 친족이라는 관계만으로 처벌을 면제해주는 규정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의 효력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유지되도록 조치했다. 법의 공백을 우려해 2025년 말까지는 현재의 규정이 효력을 유지되도록 하되 그 이후에는 국회가 개정 입법을 마쳐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가 정해진 시한까지 새로운 법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처럼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국가형벌권이 제한돼 온 제도가 변화하게 되면서, 향후 친족 간 재산 문제 해결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친족상도례 조항은 그동안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과 법적 다툼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시작됐지만, 피해자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낳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문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