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상자에 현금 넣고 재판 거래 의혹…현직 판사 결국 법정 선다
견과류 상자에 현금 넣고 재판 거래 의혹…현직 판사 결국 법정 선다
국민의 법 감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충격적인 사법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특정 변호사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과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뒤 형사사건 피고인들의 형량을 낮춰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특히 감형이 이뤄진 사건들 가운데 음주운전과 마약, 도박,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 피해가 큰 범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법부가 공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 비리를 넘어 사법 체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현직 부장판사 김모 씨와 변호사 정모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형사 항소심 재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정 변호사가 맡은 사건들을 담당했고, 해당 사건들 가운데 상당수에서 원심보다 형량을 낮춰준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총 21건 가운데 17건에서 감형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단순한 벌금형 사건이 아니라 음주운전과 마약 범죄,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일부 사건의 감형 폭이 이례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운전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천억 원대 규모의 온라인 도박판 운영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공수처는 이 같은 감형 과정에서 정상적인 양형 사유로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짧은 기간 안에 형을 대폭 낮출 만큼 새로운 사정 변경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그 대가로 약 3300만 원 상당의 금전적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변호사가 소유한 상가를 사실상 무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간은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장소 등으로 이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변호사가 방음시설 공사비를 대신 부담해주고 견과류 선물상자 안에 현금을 넣어 전달한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금품과 편의 제공이 단순한 친분 관계를 넘어 재판과 연결된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재판 진행 시기 전후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판사는 국민의 자유와 재산, 형벌 여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그 어떤 직군보다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특정 변호사와의 관계를 통해 형량이 달라졌다는 의혹 자체만으로도 사법 신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지역 교도소 수용자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와 관련된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만약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단순 개인 일탈 수준이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 자체를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 부장판사 측은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공수처가 구속영장까지 기각당한 뒤 추가 조사 없이 기소를 강행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또한 상가 사용으로 실제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고 현금 역시 배우자의 바이올린 레슨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재판 거래는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정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와 시민사회 역시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으며, 사법부 신뢰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향후 판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