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플라스틱 속 화학물질 관리 사각지대 논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플라스틱 속 화학물질 관리 사각지대 논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장난감과 식품 포장재,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가운데 기존 유해 성분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물질들조차 충분한 안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용 범위는 계속 확대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유해물질을 대체한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물질의 안전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며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되는 대체가소제에 대한 관리 강화를 정부에 권고했다. 가소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이다. 과거에는 프탈레이트 계열 가소제가 널리 사용됐지만 인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사용 제한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다양한 대체가소제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지만, 인권위는 이들 물질에 대한 정보 수집과 공개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어떤 제품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환경과 인체에서 어느 정도 검출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국민들이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체가소제 역시 완전한 안전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대체가소제가 기존 가소제와 유사한 건강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관련 모니터링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고, 장기간 노출 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새로운 화학물질이 시장에 빠르게 도입되는 속도에 비해 안전성 검증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은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층이 사용하는 만큼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검토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눈에 띄는 즉각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장기간 노출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운영되는 관찰물질 제도에 대체가소제를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관찰물질 제도는 당장 유독물질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환경에 축적되거나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는 제도다. 또한 지정 과정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특정 기관이나 업계의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보다 객관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할 경우 보다 폭넓은 정보 수집과 검토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국민환경보전 기초조사에서도 대체가소제를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환경조사는 대기와 수질, 토양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신종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환경 속 화학물질은 한 번 배출되면 오랜 기간 잔류할 수 있으며 생태계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용량이 늘어나는 물질에 대해서는 사후 대응보다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물질의 경우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해 위험성을 분석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