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재판부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전업체 쿠첸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쿠첸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제공한 점 등을 유죄로 판단해 회사에 벌금 10억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쿠첸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 사이 총 세 차례에 걸쳐 한 하도급 업체로부터 납품 승인 목적으로 받은 기술자료인 승인원을 경쟁 수급업체에 무단으로 넘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승인원은 윗사람이나 기관의 허가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문서로, 재판부는 해당 자료가 단순 문서 이상의 기술적 가치와 정보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쿠첸 내부 관계자 중 제조사업부 전략구매팀장 A씨와 차장급 실무자 B씨에게도 각각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기술 유용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인정하며 책임을 물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첸은 납품 단가 인상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가 제공한 기술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제공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공정위는 과거 쿠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9억22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쿠첸 측은 기술자료가 고유한 기술 정보를 포함하지 않아 유출의 대상이 아니며, 비밀관리 의무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하도급 업체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축적한 기술적 기여를 쿠첸이 폄하하고 독자 기술로 무시한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의 기술자료 관리와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있어 법원이 기술 유출 행위를 엄중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판은 1심 선고로, 향후 항소 여부에 따라 추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