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인 옥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패소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15일 피해자 26명이 옥시를 상대로 제기한 약 1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 손상 등 피해가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지 15년이 지난 시점에도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결과 폐 질환 및 기타 건강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0년대 중후반 제품이 처음 출시된 이후 지속돼 왔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원인 불명의 폐 질환과 숨진 사례들이 잇따랐다. 특히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 결과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당시 조사에서는 영유아와 임산부 등을 중심으로 수십 건의 폐 질환이 확인됐고, 정부는 대규모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폐 손상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제조사인 옥시의 전직 대표는 2018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 개인들이 제기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여러 정황과 법리적 판단을 종합해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을 내렸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법원의 판단에 따라 추가적인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그동안 형사적 책임과 별개로 민사적 손해배상 문제에서도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지속해 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향후 유사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공식적으로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며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사회적 참사 규정은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와 대응 체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번 소송 패소는 피해자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개인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있어 여전히 높은 법적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