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법정에서 폭행죄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법조계와 일반 시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물건을 던졌지만 상대방에게 맞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노래방에서 시작됐다. A씨는 대전시 대덕구의 한 노래방에서 B씨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B씨가 응하지 않자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플라스틱 그릇을 집어 들어 던졌다. 이 행위로 인해 그릇은 B씨에게 직접 맞지 않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곧바로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1심과 2심은 이 사안에서 그릇이 실제로 B씨의 신체에 닿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판결에서는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고, 그 행위가 일회적이고 단순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폭행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 이처럼 상습적이거나 반복적인 물리적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의 법적 판단은 전통적으로 폭행죄 성립에 다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온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기존 법리와는 다소 결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폭행죄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며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몸에 직접 맞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유형력의 행사 또한 폭행죄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단순히 물건을 던지는 행위, 욕설과 함께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는 행동 또한 피해자에게 공포심과 위협감을 주는 유형력의 행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물건을 던진 행위 자체가 피해자로 하여금 위협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해석은 단순히 물리적 접촉 여부만으로 범죄 성립을 판단하기보다, 상대방에게 불법적 유형력 행사의 의도가 존재했는지를 폭넓게 살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법조인들은 “과거에는 가벼운 소동성 행동에 대해서도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상대방에 대한 위협 의도가 명백하다면 그것 자체로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중요한 전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