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기내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되면서 하늘길 이용이 늘어난 가운데, 기내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화재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기내 배터리 화재 발생 건수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편이 크게 줄었던 시기에는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공 운항이 정상화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항공 운항이 크게 감소했던 시기에는 사고가 거의 없었다. 해당 기간 동안에는 화재 사례가 2건 수준에 그쳤고 일부 연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기내 배터리 화재가 6건 발생했고, 올해 들어서도 이미 여러 건이 발생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별로 살펴보면 특정 항공사에만 집중된 문제가 아니라 여러 항공사에서 고르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항공사 가운데 일부 항공사는 여러 차례 화재 사례가 보고됐고, 다른 항공사들도 각각 한 차례씩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특정 항공사의 관리 문제라기보다는 기내에서 배터리를 사용하는 환경 자체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내에서 사용하는 보조배터리는 일반적으로 항공 위험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항공 규정상 위탁수하물로 부칠 수 없으며 승객이 직접 기내에 휴대해야 한다. 만약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승무원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항공사는 즉시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끄고, 이후 재발화를 막기 위해 물이나 비알코올성 액체에 배터리를 담가 보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화재 진압에 걸리는 시간도 수 분 이내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배터리가 위탁수하물에 들어가 있을 때다. 위탁수하물은 화물칸에 실리기 때문에 만약 배터리가 발화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여기에 비행 중 발생하는 기압 변화나 충격, 온도 변화 등이 더해질 경우 화재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공항 보안 검색 과정에서 배터리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항에서는 위탁수하물 안에서 보조배터리를 발견하지 못한 채 통과되는 ‘검색 실패’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기내 안전에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