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묘라고 착각해 남의 무덤을 파헤친 60대 남성이 결국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무덤을 발굴하고 유골까지 화장한 행위는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재판부는 분묘 발굴 혐의로 기소된 61세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사회적 관습과 도덕적 가치에 큰 피해를 준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사건은 한 임야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A씨는 세종시 조치원읍 번암리 일대의 산림을 경작지로 활용하기 위해 정리 작업을 진행하던 중 해당 부지에 있던 묘지를 파헤쳤다. A씨는 이 무덤이 자신의 직계 조상 묘라고 생각하고 발굴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분묘는 전혀 다른 집안의 조상이 묻힌 묘였다. 피해자 측 고조부의 무덤이었으며,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던 묘지였다. A씨는 묘지를 파헤친 뒤 유골을 수습해 화장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 측은 조상의 묘가 훼손되고 유골까지 사라지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수사 과정에서는 A씨가 해당 임야에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분묘가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소유 관계나 묘지의 주인을 확인하려는 노력 없이 발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A씨가 조상의 묘라고 착각했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무덤을 발굴하기 전 최소한 누구의 분묘인지, 발굴 권한이 있는지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골을 화장하면서 원상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피해를 발생시킨 점도 양형에 크게 반영됐다.
특히 법원은 우리 사회에서 분묘가 단순한 토지 구조물이 아니라 조상을 기리는 중요한 문화적·종교적 의미를 가진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상의 묘를 훼손하는 행위는 후손들에게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고의적으로 남의 묘를 훼손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토지 개발이나 경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묘지가 발견될 경우 반드시 소유 관계와 관리 주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단순한 착각이나 부주의로 시작된 행동이 조상의 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