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인근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몰다 연쇄 사고를 낸 뒤 도주한 40대 남성이 법정에 서면서, 음주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의자는 중앙선을 침범한 채 차량을 몰다가 승용차 두 대를 연달아 들이받았고, 이후에도 멈추지 않은 채 도주를 이어갔다. 도주 과정에서 또 다른 차량인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까지 일으키면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버스에는 10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와 운전기사가 부상을 입는 등 피해 규모는 적지 않았다.
사고 직후 현장을 벗어난 피의자는 한라산 일대로 숨어들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하루 뒤 산림 인근에서 그를 발견해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는 자신이 사고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진술하며 음주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됐다. 그 이유는 사고 발생 후 시간이 상당히 지난 뒤 검거되면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을 때 수치가 0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단순한 자백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일각에서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음주 상태를 역추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최초 측정값이 존재해야 적용 가능한 방식이다. 결국 사건 당시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음주운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이미 과거 차량 절도 등의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면허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킨 데 이어 도주까지 이어진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역시 사고 규모와 도주 경위 등을 고려해 중형을 구형하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