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가 8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료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인들이 오히려 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충격과 분노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병원이라는 공간이 환자들에게는 절대적인 신뢰와 보호가 필요한 장소라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은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는 총 793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의사뿐 아니라 치과의사와 한의사도 포함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163명, 2019년 147명, 2020년 155명, 2021년 168명, 2022년 160명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평균 159명 수준의 의료인이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셈이다.
범죄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강간과 강제추행이었다. 전체의 약 87%에 해당하는 689명이 이 혐의로 검거됐다. 이어 불법 촬영 혐의가 80명,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가 19명,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이 5명으로 뒤를 이었다. 단순한 일탈 수준을 넘어 중대한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내부의 윤리 의식과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에 연루된 40대 의사가 거론된다. 해당 의사는 마약류 약물을 처방한 혐의뿐 아니라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들을 불법 촬영하고 일부 환자를 성폭행한 정황까지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의료 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정상적인 저항조차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 때문에 사건은 더욱 충격을 안겼다. 의료 지식과 권한이 범죄에 악용됐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대형 병원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와 간호사 등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의 징계 이후 복직이 이뤄지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의료기관 내부에서조차 피해자 보호보다 조직 안정과 이미지 관리가 우선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는 의료인 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했다. 개정 의료법은 의료인이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에 한해서만 면허 취소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일반 범죄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도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 현장 내 감시 체계와 피해자 보호 장치, 윤리 교육 강화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