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나던 날 업무용 컴퓨터 속 파일 수만 개를 삭제한 혐의로 전직 임원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직장 내 보복 범죄와 디지털 자료 관리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당 인물은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불만 속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단순 회사 내부 갈등이 결국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진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경찰이 처음에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검찰의 직접 포렌식 수사를 통해 실제 파일 삭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은 중소기업 전직 임원인 40대 남성 A씨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회사를 퇴사하면서 회사 공용 PC에 저장돼 있던 영업자료 약 4만8000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삭제된 파일에는 회사 운영과 영업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자료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퇴사 직후 자료 상당수가 한꺼번에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고, 결국 대표이사가 직접 고소에 나서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기업 내부에서는 단순 실수 수준을 넘어 사실상 업무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행위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해당 컴퓨터가 자동 초기화되면서 파일이 삭제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자신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지운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로 디지털 자료 삭제 사건의 경우 단순 시스템 오류인지 고의 삭제인지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퇴사 직전 사용된 PC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이런 사건은 포렌식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사건을 불송치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흐름이 바뀐 것은 회사 측의 이의 신청 이후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직접 해당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실제 자료 삭제 흔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임의로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판단해 결국 전자기록 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디지털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 진술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전자 기록 범죄 특성상 포렌식 수사가 사건의 핵심을 뒤집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 내부에서는 퇴사자에 의한 정보 유출이나 자료 삭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영업자료와 고객 정보, 내부 문서 대부분이 전산화되면서 직원 한 명의 접근 권한만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퇴사 통보 직후 계정 접근을 제한하거나 자료 백업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보안 관리가 허술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급여 갈등이나 인사 불만이 디지털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퇴사 절차와 내부 보안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